[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심사평

입력 2011-01-03 00:00
수정 201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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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부드러운 이동 돋보여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손에 넘어온 15편을 돌려가며 면밀히 숙독했다. 과거와는 달리 응모자들의 관심 범주가 보다 확장되어 있는 것이 여실히 보였고, 문학 내부에 집중하기보다는 문화 일반과 인접 분야에까지 비평적 자장(磁場)이 미치고 있다는 후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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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심사를 맡은 황현산(왼쪽)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지난달 16일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평론 심사를 맡은 황현산(왼쪽)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지난달 16일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이와 같은 현상은 문학이 영상문화나 연회예술과 쉽게 결합하는 오늘의 세태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문학과 더불어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개방하고 유연하게 하는 장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학의 본질을 탐색하고 예리하면서도 균형 잡힌 평론을 생산해야 한다는 근본적 목표에 이르는 데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러한 글읽기 또는 글쓰기의 태도는 깊이 있고 진중한 문학적 담론을 추수하지 못하고 작가나 작품의 주변을 떠도는 속설(俗說)의 차원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선명한 논지와 합리적인 작품의 평가,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는 문장력 등에 주목했다.

최종까지 논의의 선상에 남은 응모작 중 김학현씨의 ‘신화를 꿈꾸는 소설쓰기’는 대상의 핵심에 잘 접근하고 있으나, 그 과정을 논리화하고 객관화하여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 임동휘씨의 ‘어디에 있거나 무엇을 하거나’는 시와 소설의 장르를 병합하여 매우 주목할 만한 논의를 이끌고 나아갔지만,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고 비교론의 근거와 방법을 효율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허진씨의 ‘아비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은 우선 맺힌 데 없이 잘 읽히는 문장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부드러운 이동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새롭고 도전적인 주장을 도출하지는 못했으나, 박민규의 소설을 포괄적이면서도 분석적으로 살펴보면서 한 편의 비평문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아깝게 낙선한 분들에게는 다음 기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평론 부문 심사위원 황현산·김종회
2011-01-03 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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